1880년에 발표된 루 월러스의 소설 원작의 한국 창작 뮤지컬 <벤허>.
워낙 유명세를 탔던 소설 작품이라 이후 여러 차례 영화나 무대로 재구성됐던 작품이다.
(실제로 소설보다 영화가 원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듯 하다)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한 작품을 한국 창작 뮤지컬로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또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ㅣ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서사
뮤지컬 <벤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과는 조금 먼 1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정도 종교적 색채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 연출 방식에 따라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 <벤허>는 그런 시대적 요소보다는 각 인물이 지닌 서사에 더 중점을 두고, 이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연출과 넘버로 한층 더 대중성을 품은 채 다가온다.
특히, 어렸을 적부터 각별한 친구였던 유다 벤허를 배신하고 더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메셀라의 서사를 보여주는 '나 메셀라'.
친구의 배신으로 노예의 삶을 살다가 다시 일어서는 벤허의 복수심, 연민 등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살아있으니까'와 '운명'.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대표 넘버들 모두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주옥같은 가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 추가된 '살아있으니까' 넘버도 너무 좋지만, 기존에 극의 흐름과 벤허의 심정을 잘 표현한 '살아야 해'가 없어진 점은 조금 아쉽긴 하다.
ㅣ 앙상블의 화려한 군무
보통 타이틀롤 배우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앙상블 한명 한명에게 눈길이 많이 간다.
시대적 배경이 배경인 만큼 고난이도의 무술과 군무가 끊임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눈이 즐거울 수 밖에 없으나, 준비하는 배우들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싶은 마음이 절로 들 수 밖에 없다.
특히, 로마군의 붉은 깃발과 함께 군더더기 없는 군무를 선보이는 '승전'이라는 넘버에서 앙상블 배우들의 합과 에너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ㅣ 대극장다운 화려한 무대 장치
<벤허>하면 무대장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이게 바로 대극장이지!'하게 만드는 여러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특수 영상을 활용해 무대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은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반투명 스크린에 요동치는 파도 영상을 투사하여 생동감 넘치는 군함을 표현하고, 콜로세움 영상을 배경으로 실물 크기의 말 8마리를 회전 무대 위에 올려 실제 달리는 듯한 전차 경주를 표현하는 등 무대에서 연출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을 보란 듯이 구현해냈다.
다만, 영상 속 요동치는 파도 대비 고요하고 안정감 있어보이는 군함 속 모습이나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경주 속도나 방향성, 그리고 무대 위 말의 디테일과 같은 부분은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은 앞으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라 기대해본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질주야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승부야
하나는 유대인 하나는 로마인
함께 살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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