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18세기 프랑스 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국왕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그린다.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프랑스 시민들의 미움을 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로 그녀를 향한 미움과 불만을 증폭시켰다. 결국, 그녀에 대한 수 많은 오해와 루머가 그녀를 향했고, 프랑스 혁명 속에서 루이 16세와 함께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이 작품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협했던 수 많은 오해를 들춰내고,빈민들을 선동해 혁명에 앞장서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통해 상반된 두 삶을 대비시키면서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옳다고 믿었던 진실이 정말 옳은걸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러한 질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메시지로 느껴졌다.
ㅣ과한 설정과 부족한 개연성의 아쉬움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마음으로는 공감가지 않는 스토리의 몇몇 요소들은 사실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상 불륜이지만) 페르젠과의 러브스토리가 그저 아름답게만 표현된다는 점, 혁명을 이끄는 인물치고는 마그리드 아르노가 너무 수동적으로 보인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적지는 않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과한 설정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오히려 메시지를 흐리게 만드는 불필요한 요소들은 최대한 담백하게 수정한다면 더 나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즌이 10주년이자 그랜드 피날레이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면, 부디 스토리가 조금은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ㅣ귀가 즐거운 넘버들의 매력
<마리 앙투아네트>의 매력포인트로 넘버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사랑을 속사이는 넘버부터 혁명을 외치는 분노의 넘버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넘버들을 자랑한다.
‘최고의 여자’, ‘더는 참지 않아’와 같은 명넘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훨훨’이라는 자장가가 인상깊었다. 이 넘버는 1막에서 한 번, 2막에서 리프라이즈로 또 한 번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화목하고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이 자장가를 들려준다. 하지만 2막에서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당해야만하는 운명에 처한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자장가로, 같은 넘버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아프게 들렸고, 그 여운이 정말 오래도록 남았다.
ㅣ180분을 이끄는 배우들의 힘
이 작품은 러닝타임이 무려 180분이다. 앞서 언급했던 스토리의 아쉬운 부분들로 인해 자칫 180분이 정말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배우들이 작품을 이끄는 힘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김소향 배우의 마리 앙투아네트,
#이아름솔 배우의 마그리드 아르노,
#이해준 배우의 악셀 폰 페르젠까지
누구 하나 아쉬움 없이 완벽했던 페어였다. 이아름솔 배우는 <하데스타운>때 부터 유독 눈에 띄던 배우인데, 고음을 정말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뿜어내서 마그리드 아르노의 어려운 넘버들도 너무나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해준 배우는 자신만의 페르젠 캐릭터를 잘 구축해놓은 듯 했다. 마리를 사랑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강단있는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김소향 배우는 이미 <프리다>때 부터 믿고 보는 배우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녀만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고 매료되었다. 1막에서는 다소 순진한 왕비의 모습을, 그리고 2막에서는 왕비보다는 그저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 온몸을 떨면서 아이들을 향한 모성애 하나로 온갖 비난에 굴하지 않는 모습은 극장을 나와서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 있으나 막상 보고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 그런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들이 많이 반영되어있기 때문에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요소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처음 관람한다면,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찾아보고 관람하길 추천한다.
훨훨 너의 슬픔들
다 눈물로 흘려
저 별 널 지켜주니
괜찮아 괜찮아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리뷰, 생명은 창조 되어질 수 있는가 (2) | 2024.08.24 |
---|---|
뮤지컬 <하데스타운> 리뷰, 오래된 사랑 노래 (0) | 2024.08.21 |
뮤지컬 <벤허> 리뷰, 가혹한 운명이여 (0) | 2024.08.19 |
뮤지컬 <하데스타운> 2024 재연 캐스팅, 공연정보 (0) | 2024.08.19 |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리뷰, Welcome to the Rock! (0) | 2024.08.19 |